둔촌주공 청약이 부동산 시장에 주는 의미 [더 머니이스트-박지민의 청약뽀개기]

입력 2021-09-18 06:57   수정 2021-09-18 16:45


오늘은 조금 무거운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한지 만 1년이 지났습니다. 과천과 하남과 같이 서울과 붙어있는 경기도에서도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시키고 있지만 이 제도의 실상은 서울 집값 상승을 묶어서 아래까지 퍼지지 않는 데 있습니다.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아 반값 아파트를 공급한다면 기축 아파트를 매수하려고 했던 무주택 실수요자의 매수세가 청약을 기다리는 대기 수요로 바뀌면서 매수세를 잠재우는 효과가 있습니다. 둔촌주공의 분양이 미뤄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매수수요를 청약수요로 '아직까지' 묶어 두는 것이죠. 총 입주 1만2000가구, 분양 예정 5000가구 급의 초대형 단지의 청약 결과가 오픈되면 당첨 '기대'수요가 '실망' 매수 수요로 둔갑하면서 강동, 송파 지역을 위시한 서울 전체의 집값이 크게 상승할 배경을 만들어 냅니다.

이 수요의 규모는 최소 5만 가구입니다. 서울 내 분양 아파트의 청약통장 접수규모는 분양가 상한제 실시 전 최대 3만~4만 건이었고, 최근 만 1년 간 서울 내 아파트 공급이 소규모를 제외하고 전무하다고 보면 청약 대기 수요는 예상보다 훨씬 큰 규모입니다. 지난 1년 서울 아파트 상승폭을 대입한다면 청약통장 대기수요를 5만 가구로 추정한 것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5만가구는 1년 간 서울 적정 공급량과 비슷한 수치이기도 합니다.

청약 대기수요가 매수수요로 전이되는 현상을 더욱 가속화 시키는 조건도 있습니다. 분양가 9억원 초과 분양에 대해선 현재 중도금 대출을 실행해주지 않고 있습니다. 둔촌주공 전용면적 84㎡의 경우 분양가가 12억~13억원으로 추정됩니다. 이에 따라 전용 59㎡의 분양가도 9억원 이상으로 책정될 수 있습니다. 대기 청약자들도 분양가 9억원 초과에 따른 중도금 대출 불가 상황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분양가에 근접한 자금을 준비하고 있다고 가정합니다.

충분한 자금력을 동원한 5만 가구의 매수 전환 포지션은 그 한계를 투기과열지구 내 주택담보대출 가능선인 매매가 15억원까지도 염두합니다. 청약 포기 수요가 매수 수요로 전환되면 둔촌주공을 위해 준비했던 자금으로 매수 가능한 현재 9억~15억 원 범위에 있는 기축 매물대가 싹 사라집니다. 즉각 나타나는 결과는 서울 집값의 계단식 상승, 그리고 그 주변 도시까지 영향을 주는 것은 당연한 수순입니다. 기축의 매매 호가가 실거래가로 둔갑되면서 신고가 갱신이 연속돼 부동산 폭등을 다시 한 번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지난 8월 수도권 공공택지 추가 공급 안이 발표된 것도 이와 아주 연관이 없진 않을 겁니다. 그리고 고분양가 심사기준을 현실에 맞춰 풀어 적정한 분양가에 적당한 청약 자격으로 당첨될 수 있다는 기대 심리를 불어넣고 있는 현재 상황도 위의 후폭풍을 고려했다고도 보입니다.

둔촌주공의 청약 연기, 사전청약 실시 모두 매수수요를 청약수요로 묶어두는 데에 의미가 있습니다. 상황은 조금 다를 수 있지만 반포, 압구정, 청담 청약이 나라 얘기인 이유는 이와 연장선 상에서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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